2008년 02월 01일
소소자[笑小子] 01화
내 별명은 소소자다.
笑小子.
하도 웃음이 많다고 해서 부르기 시작했는데 나도 이제 이게 좋다.
적어도 우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래서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았다.
비록 가실때가 된 건 아니었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으니까.
그정도는 안다.
이 주변에선 나도 신동소리 좀 들었다.
그래서 울지 않았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어차피 죽기 마련이고 우리 부모님은 사람이다.
고로 부모님은 언젠가 죽는다.
청성파가 와서 온 집안을 무너뜨리고 눈앞에서 식솔 전부를 베어낼 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해를 포기했다.
[笑小子] 01
"사람들은 나비같이 모여들기 마련이지요."
"상대가 꽃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더이상 꿀이 없다면..."
검은 장포를 두른 남자는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이야기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그의 목소리가 그랬다. 아니면 목이 매인건지도 몰랐다. 그의 말을 받는 여인은 홍의로 몸을 두르고 있었는데 얼굴은 붉은빛면사로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이 어떤지 모르는 강호인은 없을 것이다. ...간혹 있다.
"홍루각이 무림통일에 일조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네."
"감사합니다."
"파리들이 너무 많이 꾀어들어버렸어."
홍의여인은 급히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닙니다. 분명 대인의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잔챙이일 뿐입니다."
흑포인은 지긋이 웃으며 홍의여인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대 말이 맞을까?"
검은 인영이 홍루각 담을 넘고 있었다.
십여장나 되는 높은 담이었지만 그가 벽을 두번 디딛자 금새 꼭대기였다.
그리곤 바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흑의인이 바닥에 다다랐을 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벽에 숨어들었다. 금새 그 자리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영비보(影飛步)!
영비보는 그림자 속에 숨어 걷는다는 은신술로 보통의 은신술과는 다르게 움직이면서도 그 모양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기운은 숨기지 못한다. 그렇지만 영비보를 사용할 정도의 무공이라면 기운하나 숨기지 못할까. 일류일류의 무공이니 말이다.
달은 저 높이 떠 있었다. 구름은 반 이상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 크기로 보아 적어도 반시진 이상은 어두울 것이다. 그림자 사이로 그는 뛰고 있었다. 모습도 보이지 않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금새 흑의인의 앞에 한 누각이 보였다.
높이가 오층에 달했고 건물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옥황정!
이곳은 홍루각 건물 가운데서도 극소수의 손님들만을 맞는다는 곳이다.
손님 대부분은 왕족이었고, 구만금을 준다해도 신분이 높지 않으면 가지 못하는 곳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모른다. 누가 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옥황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했다. 건물 네 기둥을 옥으로 만들어 호화롭기가 누대에 견줄만하고, 금이 발에 채일정도로 발라대었다고 말이다. 그는 바닥으로 숨어들었다. 벽 그림자가 있는 곳 까지는 모습을 숨길수 있었다. 그는 바닥으로 스며들어 이동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옥황정 까지는 백보는 가야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그림자가 없었다.
옥황정을 호위하고 있는 사람은 강남이악이었다.
유가살령 초망봉
흉악고신 맹괴
이 둘은 오로지 옥황정 곳곳을 눈을 감고서 기운만을 탐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기운을 찾지 않았다. 그 둘은 일정 위력 이상의 기운을 감지하면 그대로 눈을 떴다. 그리고 그 기운을 알아차렸다. 옥황정 건물 꼭대기에 초망봉이 있었다. 그는 기와에 붙은 채 엎드려 있었다.
맹괴는 옥황정 바로 앞 사자상 안에 있었다. 그 거리는 이십보에 불과했다.
'누군가 있다.'
'누군가 있다.'
흑의인은 그림자를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씩 달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눈을 빼고서 모두 검은 옷이었다.
까강!
맹괴가 사자상을 깨며 검을 날렸다.
앞으로 쏘아들어갔다.
흑의인은 슬쩍 몸을 돌렸다. 맹괴는 그대로 직진하여 담으로 날아갔다. 그러면서 암기 두개를 은밀히 날렸다. 옥봉침이다. 날카롭기가 그어디 비할데가 없어 찔려도 찔린줄 모른다는 침. 맹괴는 거기에 독을 발라놓았다. 옥봉침 두개는 각기 머리와 발을 향해 날아갔다. 흑의인은 발에 오는 것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피했다. 그러나 얼굴로 날아드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흑의인은 고개를 돌렸다.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으나 복면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만큼 위력이 세었던 것이다.
천은 팔랑 거리며 날아갔다. 흑의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맹괴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소자였다.
그리고 머리위에선 초망봉이 검과 함께 몸을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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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2/01 00:43 | 연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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