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3일
문도 (2007)
마약조직상 린쿤(유덕화)의 밑에서 일하는 아리(오언조)는 사실 경찰이다. 아리의 옆집에는 남편을 피해 도망나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아펀(장정초)이 있다. 린쿤은 병 때문에 일을 아리에게 물려주려 한다. 그와 동시에 아리는 아펀이 마약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본다. 아펀이 죽고 린쿤은 잡힌다.
문도는 그 날렵한 인물. 색감. 때문에 인상깊었다. 중국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요즘들어 시대극만 보다보니 무간도 이후로 제대로 현대극을 본적이 없다. 그러다 문도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의 힘을 빌어, 그리고 오늘 가져온 19인치 와이드모니터(!)의 넓찍한 화면으로 보게 되었다. 흐뭇하다. 잡담이지만, 문도를 보기 직전 대취협을 봤는데 역시나 흐흐흐흐. 몰입도 백배다.
명확한 인물은 간단한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단순하다는 말은 나쁜 뜻으로 쓴건 아니다. 다만 심플하다고 하기 싫어서 좀 배배꼰거긴하지만.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리를 중심으로 한쪽 끝엔 린쿤이, 반대쪽엔 아펀이 있다. 린쿤은 마약을 만들고 아펀은 마약을 한다. 아리는 그 가운데서 마약의 폐해를 목도한다. 그것도 감정이입한 여인이 죽는 것을 보며. 그렇다고 영화가 린쿤은 나쁘다. 아리는 착하다 그렇게 가진 않는다. 린쿤의 입을 빌어 마약을 하는 사람들 또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니. 린쿤이 마약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담배조차 피지 않는다. 아리는 두 사람 모두를 미워할 수 없다. 동시에 사랑할 수도 없다.
문도는 아리의 감정에 유지되는 영화다. 세 인물을 축으로 한 영화는 사실 아리의 눈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영화다. 아리의 감정이 곧 관객의 감정이 되며 그 전달은 제대로 이루어 지고 있다. 영화 첫 장면은 아펀이 마약을 한다. 팔에 주사기를 꽂은 채 소파에 앉는다. 딸이 다가와 주사기를 빼어 휴지통에 버린다. 이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그대로 재연되는데 아리가 경찰 제복을 입고 주사기를 꼽는다. 아펀의 딸이 다가와 주사기를 빼어 휴지통에 버린다. 아리는 여자아이를 안아준다. 아리와 린쿤이 같이 공유하는 것은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이다. 영화 첫 장면과 끝장면은 같다. 이 이야기는 영화가 끝난뒤에도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나레이션은 마약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기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공허함 때문에 마약을 한다.
마약이야기는 영화의 외피에 불과하다. 그 안은 각 사람들의 공허함으로 채워져 있다. 린쿤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 어떠한 사람도 믿지 않으며 가족들 안에서 그나마 위로를 찾는 듯 하지만 그 가족조차 제대로 된 모습은 아니다. 린쿤이 경찰에 검거되어 이제 삼십년이상의 형을 살게 되었을 때 가족을 위해 죽어달라 한다. 그가 오직 하나 유일하게 믿은 아리는 경찰이다. 그가 마약을 얻고 파는 사람들은 믿지 못한다. 친구는 있을까? 적어도 영화만을 본다면 그에게 친구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린쿤은 철저히 고립된 사람이다. 아펀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녀의 남편은 똑같이 마약중독자이다. 그리고 돈을 위해 그녀에게 매춘을 강요한다. 자신의 딸이 마약을 옮기는 모습을 보며 막지 못한다. 딸은 그녀에게 묻는다. "나 학교 데리고 가는거야?"
아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할수 있는 가에 대해 묻지만 그 대답은 하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아리는 마약을 시작하려 한다.
영화를 본 후 나른함과 손쉬운 절망감에 휩싸이기 쉽지만, 현실로 대면하게 되면 웃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이 사람들의 지독한 절망감은, 나를 조금 아프게 한다.
2008.2.3
잡담. 고천락 신조협려95 이후 오랜만에 봤는데 여전히 멋있다. 여기선 좀 아니지만.
원영의는 어쩌다 이렇게 된거냐...
# by | 2008/02/03 14:54 | 잡담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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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문도(2007) - ★★★★
확실히 기억나질 않지만 내가 영화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가 홍콩 느와르물 때문인것 같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건 내가 국민학생때 우리집에 처음 비디오가 생기고 나서 빌려보았던 '종횡사해'와, 몇달뒤에 '천장지구'를 몇번씩 돌려 보다가 비디오가 고장나서 비디오 테잎도 물어주고 기계도 고쳐야 했었던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이 반영된 리얼한 영화들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홍콩 느와르에 있어서만은 예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멋진 주인공들......more